제목 : 사이코메트리(The Gifted Hands)

개봉 : 2013년 3월

감독 : 권호영

출연 : 김강우, 김범, 박혁권, 이준혁

 

 

사이코메트리(Psychometry)

사이코메트리란 그리스어로 혼을 뜻하는 Psyche과 측정을 뜻하는 metron의 합성어다.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에는 그것을 만지거나 소유한 사람의 기억이 일종의 냄새처럼 남게 되는데, 사이코메트리는 그 물건에 손을 대어 관련된 정보를 읽어내는 일종의 투시계 초능력을 말한다. 물론 누구나 다 이러한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한 실험에 의하면 놀랍게도 남성은 10명 중 1명, 여성은 4명 중 1명이나 이러한 능력을 가졌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하지만 실제 영국이나 미국 등에서는 사이코메트리의 능력을 이용해 수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영화 줄거리

유괴된 여자아이가 살해되는 사건을 조사하던 강력계 형사 '양춘동(김강우)'은 우연히 한 벽화를 보게 된다. 그리고 이후 그 벽화가 살인사건의 현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춘동은 벽화를 그린 사람을 쫒는다. 결국 그를 체포하지만 벽화를 그린 '준(김범)'은 범인이 아니었고 사이코메트리라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준은 자신의 능력을 통해 알게 된 내용들을 벽화로 그려 범인에 대한 단서를 남겨왔다. 춘동은 준의 능력을 이용해 진범을 찾아 나서지만 오히려 준이 범인으로 몰리게 된다. 

 

 

등장인물

양춘동 : 트라우마가 구한 목숨

어느 날 한 여성이 경찰서를 찾아온다. 늦은 시간까지도 딸이 돌아오지 않았다며 실종을 의심하는 그녀에게 경찰들은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들에게 한 아이의 실종보다 실적을 올릴 수 있는 강력범죄가 더 중요했다.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곳에 덩그러니 남겨진 그녀에게 다가간 유일한 사람이 바로 양춘동이다. 결국 단독 수사 허가를 받고는 여자아이를 찾아 나서는 그의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형사'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사실 그가 그렇게 사람들이 관심을 주지 않는 '아동 실종' 혹은 '아동유괴'에 열을 올렸던 이유는 따로 있다. 과거 자신의 동생의 죽음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의 그는 동생이 귀찮았다. 그래서 형과 함께 놀고 싶어 하는 동생을 떼어놓고 가버렸다. 그리고 사라진 동생은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그가 우는 동생을 매몰차게 버리고 돌아서지 않았다면, 그날 그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면. 평생을 후회하고 자책해도 자신이 동생을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래서 아동 실종사건만 생기면 미친 사람처럼 달려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그의 과거의 트라우마가 결국 어린아이의 목숨을 구했고 또 구할 것이다. 

 

 

김준 : 초능력, 축복인가 저주인가

누구나 나에게 이런 능력이 있었다면 하고 소원하는 능력이 있다. 나는 수많은 초능력들 중에서 가장 가지고 싶은 것은 순간이동 혹은 공간이동 능력이다. 내가 원하는 장소로 바로 이동할 수 있다니, 얼마나 편할까? 집에 누워 있다가도 1초 만에 출근 완료라니. 상상만 해도 행복하지 않은가? 귀차니즘이 극에 달하는 나에게 안성맞춤인 능력이다. 

하지만 그러한 능력도 내가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없다면 어떨까? 어느 날 길을 가다가 갑자기 다른 곳으로 떨어진다거나 절대 들어가서는 안 되는 위험한 곳으로 이동해버린다거나 한다면 과연 이 능력은 행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결국 초능력이라는 것은 스스로 조절하고 제어할 수 있느냐에 따라 축복일지 저주 일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김준은 능력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기에 불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다른 사람의 비밀 따위 알고 싶지도 않았고 사랑하는 엄마의 불륜사실은 더더욱 알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원치 않아도 알게 된 진실은 상대로 하여금 수치와 모멸감을 느끼게 했다. 결국 엄마를 구하기 위해 내민 손을 거부한 그녀가 눈앞에서 죽음을 맞는 것을 보게 된다. 다른 사람들은 '사고'라고 말하지만 김준은 자신이 그녀를 죽였다고 생각한다. 그에게 능력은 저주였다.

 

늘 저주라고만 생각했던 능력이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가 본 내용을 벽화로 남겼다.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못한 벽화는 그리지고 지워지고를 반복했다. 결국 그 능력은 누군가를 살리는 능력이 되었다. 김준은 사라졌지만 그가 그려나가는 벽화는 또다시 사람을 살리게 될 것이다. 

 

 

리뷰

형사 양춘동과 사이코메트러 김준이 함께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한다는 소재는 만화 '사이코메트러 에지'와 비슷하다. 하지만 영화에서의 김준은 이미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아 마음을 꽁꽁 닫고 있는 고슴도치다. 그런 그가 마음을 여는 일이 과연 그렇게 쉬울까? 아이가 납치당해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사건의 긴박함을 생각하면 빨리 둘이 협업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김준이 양춘동의 어떤 면에서 마음을 열고 제 능력을 개방했는지는 사실 공감이 가지 않는다. 단순히 아이를 살리고 싶어 하는 간절함이 양춘동이라는 사람에 대한 신뢰감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사물'을 통해 기억을 읽는 사이코메트리는 소재와는 달리 김준은 생명이 있든 없든 '손의 접촉'을 통해 기억을 읽는 것 같다. 그러니 비둘기를 통해 사건 현장을 보고, 엄마도 혹시라도 제 기억을 읽힐까 아들의 손을 거부했던 게 아닐까. 이래저래 흥미로운 소재에 반해 완벽하지 못한 설정과 뻔한 전개가 아쉬운 영화였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콘스탄틴 (Constantine, 2005)  (0) 2021.07.04
택시운전사 (A Taxi Driver, 2017)  (0) 2021.07.04
조작된 도시 (Fabricated City, 2017)  (0) 2021.07.02
사도 (The Throne, 2015)  (0) 2021.07.01
담보 : 빚 떼려다 혹 붙였다 (2020)  (0) 2021.06.27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TistoryWhaleSkin3.4">